오정문학회 시화전에 가 보셨나요?
오정문학회 시화전에 가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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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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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복 극작가

 찡한 눈물이 있는 곳. 오정문학회 시화전 전시실.

제24회 오정시화전이 2019.3.28.-4.2까지 대전시청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안영민 회장을 비롯해 스물 세 명 회원들의 수작(秀作)들 160여 편과 전병렬, 변혜섭, 장정혜, 권예자, 윤옥희, 배정태, 김은순, 안영민 등 원로작가 부스도 특별히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와 보시라, 왜 눈물을 흘려야만 되는지.                                           김용복 극작가  

≪당신   장정혜

사진 장정혜 시인
사진 장정혜 시인

 

  차창 밖엔 무거운 비 내리고 먼 산 앞산에 안개 흐르듯 마음 하나로 그대 찾아갑니다 가을도 영글기 전 태풍에 짓밟힌 낙엽 맺힌 한 나누러 함께 갑니다 아무 것  가진 것 없어 나 빈 손으로 그대 곁에 서지만 황혼길 노을 빛 되어주는 당신 나 아직 이 자리에 있습니다≫                            

남편 저 세상으로 보내고 20여년, 서글픔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날마다 약 두 알로 우울한 심정을 달래며 살아야하는 가녀린 여인. 차창밖에 내리는 비가 왜 무겁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을도 되기 전 짓밟힌 낙엽처럼 수없이 쌓여온 한을 풀러 당신을 찾아간다 하였다. 혼자 살아왔으니 가진 게 무어 있겠는가? 그래서 빈손으로 찾아가 하소연 하는 것이다. ‘나 아직 이 자리에 있다고. 당신 곁에 있다고’ 필자가 이 하소연을 보는 순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미어지고 콧날이 시큰거렸기 때문이다. 옆에 안내하는 안 회장께 전화를 걸어 바꿔 달라고 했다. 수화기를 받아드는 순간 상대편의 음성도 들을 새 없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혼자 어떻게 살아왔냐고. 

왜 이런 시를 전시해서 남을 울게 하느냐고” 계속해서 누구냐고 묻는 음성이 들려 왔다. 그러나 말을 이을 수가 없어 수화기를 안 회장께 넘겼다. 안회장이 어떻게 소개했는지는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겨우 발걸음을 돌려 몇 걸음 가니 백혜옥 시인의 ‘봄봄’ 이 시선을 멈추게 했다.

 


     

≪봄봄/ 백혜옥    

사진 백해옥 시인
사진 백혜옥 시인

 

 백혜옥 시인 직박구리가 등 뒤에서 소란하다   홍매화 피는 날 꽃 보러 가자고 했다 청보리 싹이 나오면 피리도 불자고,   뾰족한 뒷목의 깃털을 세우고 가슴의 흰색 점을 보이며 날아간 애인   봄을 물고 돌아왔다   매화향 부리에 담고 청보리 피리를 들고≫    

백혜옥 시인은 날아간 애인 봄을 물고 돌아왔다고 하였다.

봄이 매화향 부리에 담고 청보리 피리를 들고. 시어의 조탁(彫琢)이며 묘사해내는 솜씨가 뛰어났다.

아직 보지 못해 누군지는 모르지만 깔끔하고 지성미 넘치는 시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발걸음을 또 멈추게 하는 시가 또 있는 게 아닌가? 한번 보자.  

 


 

≪또 다른 삼경三經 / 김명이     

 

사진 김명이 시인
사진 김명이 시인

 

  시경 서경 역경이 사내의 중한 독서라 하고 니체는 피로 쓴 문학이라 하였으니 초경 월경 폐경을 겪어낸 이가 있어 그녀는 달의 몸을 받아 음력을 짓고 건사하는 동안 마침내 섭렵하게 된 궁의 문리를 트니 여인이야말로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리라≫ 창의성이 뛰어난 시인. 

사내들이 즐겨 읽는 시경, 서경, 역경의 삼경(三經)을 여성들의 생리 현상인 초경 월경 폐경에 비유했으니 창의력이 얼마나 뛰어난 표현인가?  어서 만나고 싶었다. 이들 세 분 시인들과 오정 문학회 또 다른 시인들을. 그래서 다음 날은 일찍 이곳을 또 찾았다.

다행히 ‘봄봄’과 ‘또 다른 삼경’이 홀을 지키고 있었다. ‘당신’을 불러 달라고 했더니 20여분 만에 달려왔다.  아니 달려온 게 아니라 지팡이 짚고 어렵사리 나왔다. 몸이 불편 하다는 얘기다. 날마다 우울증 약으로 견딘다 했다. 나이 80. 나와 동갑이다.  

이들 세 시인들의 시 세 편을 카톡 문자로 받아 내가 주필로 있는 세종일보사로 사진과 함께 넘겼다. 10분도 안 되어 언론에 게재 되었다. 모두 곁에 두고 사귀고 싶은 시인들이다. 

얼굴마다에는 세월의 흔적들이 나름대로 주름져 있었다.  

아아. 오정 문학회. 이곳의 문인들과 함께 어울려 나도 시를 쓰고 싶다. 

이곳에는 산 시인을 비롯해 무휼, 전병렬, 안영민, 김경희 시인과 많은 원로시인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사랑 리헌석 대표께서는 ‘충청문화 예술4월호’ 50권을 후원했고, 박진용 대전문학관장님께서는 개막식 날 오셔서 축사를 해주셨다. 두분께도 감사드린다.

4월 2일에 폐막한다 하니 폐막까지는 아직 3일 남았다. 

나는 오늘도 일찍 가서 이들과 만나 그들의 시 세계를 맛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