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淸明)
청명(淸明)
  • 성낙원
  • 승인 2019.04.0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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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아오는 식목일, 청명 그리고 한식은 서로 닮은 듯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4월 첫 번째 금요일인 오늘은 45일 식목일이자 청명(淸明)이다. 식목일과 청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청명과 가까운 세시풍속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한식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찾아오는 식목일, 청명 그리고 한식은 서로 닮은 듯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음력으로 3월에, 양력으로는 45일경에 드는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淸明)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와 같이 생명력이 다한 나무를 꽂아도 다시 살아난다는 뜻으로, 청명에 심으면 무엇이든 잘 자란다는 말이다.

청명은 '맑을 청()''밝을 명()'자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름으로 이를 풀이하면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이다. 날씨가 매우 맑은 날 '청명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청명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고 가래질을 하며 봄밭갈이를 하는 한편, 볍씨를 고르는 등 본격적인 그 해 농사의 준비 작업을 한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로 날씨점을 보는 풍습도 존재했다. 이날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기잡이를 하는 바닷가에서도 이날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믿었다. 반대로 바람이 불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육지의 농부들과 바다의 어민들 모두 풍년을 기원하며 청명 날씨가 맑기를 기대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청명에 나무를 심는 풍습도 존재 했다. 청명에 심은 나무는 훗날 아이가 결혼을 할 때 혼수품인 농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사용됐다.

청명과 같거나 비슷한 날에 드는 식목일은 산지의 자원화와 애림사상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실제로 식목일과 청명은 깊은 관련이 있는데, 하늘이 차츰 맑아지는 청명을 전후로 나무를 심기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여 4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게 됐다.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은 대개 청명과 같은 날이거나 하루 다음날에 찾아온다. 한식은 '찰 한()''밥 식()'이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인데, 뜻을 풀이하면 '찬 음식을 먹는 날'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식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춘추시대의 인물인 개자추[介子推, 介之推] 설화다. 개자추는 망명해 있던 진()나라의 공자 중이(重耳)를 위해 헌신했고, 중이는 마침내 진 문공(晉文公: 재위 .C. 636628)으로 즉위했지만, 개자추에게는 아무런 벼슬을 내리지 않았다. 분개한 개자추는 면산(聃山)으로 은둔했고, 뒤늦게 이를 깨달은 진 문공이 개자추를 등용하려 했지만, 그는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했다. 진 문공은 개자추를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으나, 개자추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타죽고 말았다. 그래서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만을 먹는 한식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대의 개화(改火)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모든 사물이 생명을 가지며, 생명이란 오래되면 소멸하기 때문에 주기적 갱생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불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오래 사용한 불을 끄고 새로 불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개화 의례를 주기적으로 거행했는데, 한식이란 구화(舊火)의 소멸과 신화(新火) 점화까지의 과도기란 설명이다. 그리고 한식이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인 것도 28(宿)의 하나이며 불을 관장하는 심성(心星)이 출현하는 것이 이때이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개자추의 죽음은 구화를 끄면서 제물을 태우는 관습을 반영한 설화라고 한다. 이 중 개화의례와 관련짓는 후자의 설이 더 유력하다.

과거에는 한식을 무척 중요한 명절로 여겼다고 한다. 한식이 언제부터 명절로 여겨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문종 때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늦어도 고려 전기부터 한식이 중요한 명절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식에는 찬 음식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과거 한식날이면 불을 쓰지 않고 미리 만들어 둔 차가운 음식과 떡, 과일 등 찬 음식만을 먹곤 했다.

민간에서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한식을 4대 절사(節祀)로 생각했는데, 한식날이면 산소에 올라가 성묘를 하거나 가정에서 간단하게 제사를 지냈다. 그중에서도 한식과 추석이 가장 발달하여 교외로 향하는 길에 인적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한식과 청명은 일명 '손 없는 날(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해코지하는 귀신()이 돌아다니지 않는 날)'이라고 하여 조상들의 산소를 돌보기도 했는데,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다고 여겨 이장을 하거나 개사초(잔디를 새로 입힘), 비석 또는 상석 세우기도 했다. 가정에서는 손 없는 날을 맞아 겨우내 미뤄두었던 집수리를 하기도 했다.

 

 

 

[참고문헌, 출처]

절기와 세시풍속 : 청명한식은 무슨 날?/한국세시풍속사전/박영원 외 편저. 한국속담·성어 백과사전1-속담 편. 푸른사상사, 2002/[네이버 지식백과] 청명 [淸明] (한국세시풍속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