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 자녀 혼사가 많다. 토요일이면 두어 군데 다녀야 하지만 대학원 수업을 토요일에 하다 보니 사람구실하지 못할 때가 많다. 늦게까지 강의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아무 생각 없이 잘 때가 많다. 요즘은 그나마 계좌번호를 적어 보내는 친구가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회장이 똘똘(?)하면 혼주 계좌번호를 함께 보내준다.
흔히 우리는 말할 때 “장가들었나?”, “시집갔나?”라고 표현한다. 어째서 장가는 들어가는 것이고 시집은 나가는 것일까? 물론 “장가갔느냐?”고 표현하는 것도 틀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장가들었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하여 장가는 들어가는 것이 되었을까? ‘장가(杖家)’는 장인집을 일컫는 말이다. 장인집에 들어간다는 말이라 과거에는 입장가(入杖家)라고도 했다. 혼인식은 장인집에 가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데릴사위제도가 있을 때가 있었는가 하면, 처가에 가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일기가 차면 혼인을 하는 제도도 있었다.
이런저런 연유로 해서 장인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혼례를 장인집에 가서 지내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아들을 낳기 위해서는 장인집에 가서 혼인을 해야 한다.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날을 장모가 알기 때문이다.(생리 후 5일 차에 만들어야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도끼날을 베고 자든가, 아들 많이 낳은 여자의 월경대를 훔쳐서 차거나, 천하장사의 샅바를 허리에 차는 등 아들을 낳는 방법이 많이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의 연유로 해서 아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부집에 가서 혼인을 해야 했다.
그래서 혼(婚) 자를 보면 ‘녀(女) + 혼(昏) =혼(婚)’임을 알 수 있다. 신부집에 가서 저녁에 혼사를 치른다는 뜻이다. 저녁에 혼례를 치르고 다음날 새벽 인시(寅時)에 아들 만드는 행사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장가든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장가간다는 표현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장가온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시집간다는 말 또한 시댁에 간다는 말이다. 한자로는 ‘시(媤)’라고 쓰는데 중국에는 없는 한자다. 혼례를 치른 후 3일이 되면 시댁으로 가는데 이것을 신행이라고 한다. 요즘은 신혼여행 다녀와서 처가에 가는 것을 신행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같은 가문에 시집온 여인들끼리 ‘동서’(동서(同壻)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옳지 않은 표현이다. 사위 서(壻) 자를 쓰는 것은 남자들에게 해당한다. 그러므로 같은 집에 시집 온 여인들끼리는 사실 동시(同媤)라고 해야 옳다. 동서와 동시는 구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시를 동서라고 발음하다 보니 그것이 표준어가 되었으나 엄밀하게 분석한다면 동시라고 하는 것이 바른 말이다.(현재는 동서가 표준어임)
이런 식으로 음이 바뀌거나 의미가 축소된 단어는 또 있다. 동생(同生)이 그것이다. 원래는 한 배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형도 동생이다. 같은 어머니 배에서 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兄)과 아우라는 단어로 분화되면서 아우만 동생에 남아있게 되었다. 이는 다시 세월이 흐르면서 동기 중에 나이가 어린 사람으로 바뀌었다. 즉 한 배가 아니더라도 동기 중에서 손아랫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그러므로 동생의 의미는 축소되었다가 다시 확장되는 이상한 과정을 겪은 독특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동기가 아니더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면 ‘아우’나 ‘동생’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친근감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단어의 의미가 점차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가든다는 말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예식장에서 15분 만에 마치는 결혼식이지만 표현할 때는 장가갔느냐고 한다. 재미있는 우리말이다.
기성세대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언어의 의미와 새로운 단어를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너무 모르면 세대차이로 꼰대(?)가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적당히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