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시(套袖)와 마초(macho)
토시(套袖)와 마초(macho)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7.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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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태호 교수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자주 어원에 관해 질문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어원연구를 할 수밖에 없고, 어원을 통해 가르치면 오래 기억하는 것 같아 요즘은 어휘교육론시간을 활용해서 학생들과 함께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어휘를 알면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요즘 같이 더운 날이면 사람들은 팔에 ‘토시’를 하고 다닌다. 필자도 중국에 가서 계속 토시를 끼고 다녔다. 사진을 찍으면 색깔이 지나치게 원색이라 보기 싫어서 사진 찍을 때만 빼곤 했는데, 햇볕도 막아주고 시원한 느낌까지 주니 일석이조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토시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어릴 때 학교가 멀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겨울이면 추워서 자전거 손잡이에 토시를 끼고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것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냥 장갑만 끼고 25리 길을 가면 손이 얼어서 연필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토시를 끼고 가는 아이들은 얼마나 따뜻할까 부럽기만 했다.

 우선 토시는 한자어 투수(套袖)에서 유래하였다. 아마 중국인들이 먼저 사용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덮을 투(套)’, ‘소매 수(袖)’로 이루어진 한자어다. 그런데 어쩌다가 토시로 되었을까? 그것은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어로 套袖(tàoxiù)라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발음을 비슷하게 하여 ‘토시’라고 한 것이다. 지난 칼럼 중에 다홍색에 관한 글이 있었다. ‘大紅’색을 중국식 발음 그대로 적용하여 ‘다홍’색이 되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토시도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적용하여 우리말이 된 경우 중의 하나다. 한자어로 읽는다면 ‘투수’라고 해야 한다.요즘은 중국에서는 袖套[xiùtào]라고 하는 모양이다. 외국어를 활용할 때 그 발음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표준어로 굳어 우리말 어원을 찾기에 힘들게 한다. 토시의 사전적 정의는 ‘1)추위를 막기 위하여 팔뚝에 끼는 것, 2)일할 때 팔소매를 가뜬하게 하고 그것이 해지거나 더러워지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서 소매 위에 덧끼는 물건, 3)사냥꾼들이 매를 팔에 앉혀 가지고 다니기 위하여 팔뚝에 끼는 물건’이다. 결국 손을 보호하기 위하여 팔목에 끼는 물건이다. 지금에 와서 투수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야구할 때 공을 던지는 선수로 오해할 사람이 더 많다. 작장면(炸醬麵)보다는 짜장면이 귀에 익었으니 바꾸자고 할 수도 없는 것과 같다. 짬뽕은 언제나 표준어가 되려나 궁금하기도 하다. 짬뽕은 아직도 초마면으로 부르기를 권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에 ‘마초’라는 단어가 있다. 사실 조금 전에 TV에서 출연자가 한 말이다. ‘좀 거친 남자’ 혹은 ‘거칠게 행동하는 남자’를 일컬을 때 ‘마초’라고 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이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공영방송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인 것 같아서 논해보기로 한다. 마초는 우리말도 아니고, 표준어는 더욱 아니다. ‘macho’는 ‘남성적인’, ‘기백 있는’, ‘남자다운’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macho-man'은 ‘a man who is virile and sexually active’이라고 영영사전에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정력이 넘치고 섹시한 남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겠다. 이러한 단어가 왜 공영 방송에서 자주 나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의 언어행태가 정력적이고 섹시한 것을 좋아하는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마초맨이 아닌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한 문장에 영어나 불어를 사용해도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다.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 보자.”, “마담! 타이어 빵꾸났어요.”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 알아 듣는다. 한 문장에 불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가 뒤섞여 있다. 참으로 스마트한 민족이다.(이렇게 쓰고 보니 필자가 봐도 좀 우습다.)

 토시처럼 굳어서 표준어가 된 것은 살리되 마초맨 같은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을 웃겨서 먹고 살기위해서 하는 말이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해야 하는 말이라면 적당히 문장에 맞게 “기백 있는 사람, 거친 남자, 지나치게 남성다움을 과시하는 남자‘ 등으로 가려서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