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회원들의 전시회에 박공효 작가는 봄에 핀 철쭉꽃을 그려 출품하였다. 호숫가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철쭉꽃만 보고 그린 그림이었다.
매화와 벚꽃이 지는 4월 중순, 우리나라 대부분 호숫가에는 봄꽃의 대미를 장식할 철쭉이 그 도도하고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그러나 박공효 화백의 그림에는 철쭉꽃만 화사하게 피어있는 것이다.
철쭉꽃은 붉은 꽃잎의 영산홍, 흰 꽃이 피는 백철쭉, 진한 보랏빛의 대왕철쭉 등 다양한 색의 철쭉이 있는데 박 화백은 붉은 꽃잎의 영산홍만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쉬웠던 것이다. 이왕이면 널따란 호숫가에 수백 마리의 비단잉어가 뛰노는 장면과 어울려 피어있는 그림을 그렸더라면 화려한 색채로 장관을 이루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런데 박 화백은 보는 관점이 달랐던 것이다.
그는 가녀린 여인이었던 것이다. 보는 관점이 섬세하고, 그 섬세한 관점을 붓 끝에 담아 자기 만족을 채웠던 것이다. 그래서 봄과 철쭉을 사랑해서 화폭에 담은 이유를 겨울의 어려움을 견디고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대견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화폭에 옮겼다고 말 할 것이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우리 인생들을 대변이라도 하듯 가르침으로도 다가오기도.하는 철쭉. 박 화백은 목련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잎보다 꽃잎을 수줍은 듯이 먼저 내놓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런 목련은 꽃을 피우기도 전 서리가 올 때가 있어 꽃잎이 떨어지는 황량함을 보기 때문에 우선 순위가 철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철쭉꽃은 다른 봄꽃에 비해 금방 지지않고 절정을 유지해 그동안 코로나19로 ‘거리두기’로 즐기지 못했던 봄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철쭉꽃의 꽃잎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보라, 박 화백이 방점을 찍어 그린 철쭉꽃의 화려한 자태를. 정물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철쭉은 진달래과에 딸린 낙엽 관목이다. 진달래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진달래와는 달리 철쭉은 잎이 먼저 피고 꽃은 그 다음에 핀다. 철쭉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전국 각지의 산에 많이 나지만 인공에 의해 호숫가나 아파트 둘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산에 저절로 나는 것에도 철쭉나무‧산철쭉 등 종류가 많이 있다. 철쭉의 키는 2~5m쯤이며, 잎은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이고 가지 끝에 돌려나기로 난다. 깔때기 모양의 꽃은 꽃잎의 끝이 다섯 갈래이고, 분홍색·노란색·흰색·빨간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일본·만주에 분포한다.
진달래꽃은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먹을 수 있어서 참꽃이라고도 하나, 철쭉은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으므로 개꽃이라고도 한다. 산에 나는 철쭉의 줄기는 조각의 재료나 땔감으로 쓰이고, 잎은 약재로 쓰인다.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기도 하고, 온실에서 가꾸는 원예 품종도 많다.
아마도 박 화백의 철쭉꽃은 온실에서 가꿔지는 철쭉을 그렸으리라. 만나고 싶다. 만나서 철쭉꽃을 화폭에 담은 이유를 들어보며 차 한 잔 나누는 여유를 갖고 싶다. 그게 언제일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