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칼럼] "아름다운 늙음"
[김영란칼럼] "아름다운 늙음"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2.0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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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정보대학교 김영란 박사

에이징(aging) 너와 내가 노인이 된다는 뜻이다. 노년의 삶, 기로에 서서 지금 서 있는 곳을 바라보면 추운 벌판에 홀로 거센 바람을 견디는 것처럼 상실과 상념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겨울의 혹독한 추운 한파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정체모를 두려움, 가난과 질병, 고독과 소외, 그리고 장애와 치매, 자살과 삶의 포기, 세상은 이렇게 노인의 삶을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노년의 은총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깊은 삶의 관조와 사색과 사유, 정취와 정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인생사의 여운을 남긴 기록들, 새로운 창조의 근원으로 비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포스트 모던(postmodern) 시대의 가정 두 상징적인 단어는 파괴와 해체라 할 수 있다. 가정은 인간의 근본 문제에 대한 유일한 처방전이다. 부모의 권위와 헌신, 그리고 가족 간의 의사소통으로 조상의 얼을 기리며 자손들이 기억할만한 추억의 축적이 있고 삶의 결실과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한 용서와 사랑이 있는 곳이 가정의 근원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시대적 가치관의 변화, 사회 윤리의 구심점 상실, 여성 해방과 여성 권익의 증진이라는 미명아래 서서히 진정한 가정의 본질은 상실되고 위기의 가정들이 길거리를 헤매며 분노와 두려움, 죄책감과 불안정성, 정체감의 혼란과 내적인 상처로 현대적인 가변성(modern mobility), 경쟁성과 스트레스, 비인격적인 사회성이 지배하면서 이혼과 재혼이 당연시 되어 가고 있는 사회적인 풍토는 슬픔에 대한 아픔의 기억들이 늙음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쇠락해져가고 있는 것이 마주해야할 현실이다.

필자의 부모님들도 노년의 황혼을 바라보면서 외롭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세월의 잔해 앞에 자식들을 기다리며 쓸쓸한 뒤안길을 보내고 계시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는 부모의 목소리와 삶의 흔적, 그리고 축복해주시는 격려와 위로가 세상을 이겨 나갈 수 있고 지탱해 갈 수 있는 든든한 자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늘 힘 있게 이야기 하고 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힘이 되고 기운이 되고 생명의 활력을 주고 있다고 하면 아픈 몸의 근력을 세우시고 기쁘게 웃으신다. 결코 노년의 삶이 그렇게 회색 빛 으로 물들어 희망을 잃어버리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필자는 꼭 이야기 하고 싶다.

웰다잉(Well- dying) 교육을 경로당에 다니며 열심히 하고 있다. 삶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길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을 스스로 미리 준비하면서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죽음은 결코 슬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황홀한 삶의 마무리라는 것을 스스로 자녀들에게 이야기 하며 유언장과 유서, 그리고 사전 연명의료의향서까지 미리 작성하며 죽음은 진지한 삶의 표현이며 가장 경건한 삶의 완성이라는 것을 배워나가고 있다.

늙어가는 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실체라면 아름다운 늙음을 선택하는 것은 나만의 고유한 영역이 될 것이다. 노년기를 바라보는 중년에 육체적으로 적응하며, 심리적 적응, 빈 둥우리(empty - nest syndrome)적응, 우정관계의 새로운 적응과 은퇴를 내다보는 일터의 적응으로 노년의 성공에서 가치와 의미에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슬픔에 대한 동정으로 자존심의 상처를 더 이상 입히지 말아야 한다. 남은 삶에 대한 새로운 꿈꾸기가 필요하며 의미 있는 기여와 여가 선용을 통한 또 다른 기쁨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을 창조해야 할 것이다. 건강추구를 위하여 파트너와의 즐거운 동행으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하여 극복하여 수용과 용서의 태도를 구축하는 일은 나만의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삶의 영역이 될 것이다.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침상을 준비하듯, 잘 보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준비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역설한 것처럼 아름다운 늙음을 위하여 시인 천상병의 귀천을 다시 깊게 새기며 품위 있는 인생의 마무리 아름다운 늙음재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우송정보대학교 김영란 교수
우송정보대학교 김영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