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와 농인(聾人)
벙어리와 농인(聾人)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8.09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벙어리와 농인(聾人)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오늘 신문(8월 9일)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벙어리’라는 표현은 언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행위이며 법률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어 “농인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황 대표가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농인을 무시한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는 글이 실려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하여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국어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 오류가 많음을 위의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마 기자들도 장애인단체들이 써 준 것을 그대로 편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잘못 사용된 언어가 있다면 고쳐서 발표하는 것이 대중을 상대하는 기자들의 의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활자화된 것은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벙어리는 한자로 농아(聾啞人)라고 해야 한다.

위의 표현에 ‘농인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고 하였는데, 농인(聾人)은 ‘귀머거리(청각에 장애가 있어 듣지 못하는 사람)’를 말한다. 황교안 대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야기했는데 어쩌자고 한자로 ‘귀 먹은 사람’으로 때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귀먹은 사람은 말도 못한다고 하여 농인(聾人)과 아인(啞人)을 구분하지 않고 쓰기도 하지만 한자로 쓸 때는 정확하게 구분이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인(啞人)’이고 ‘듣지 못하는 사람’은 ‘농인(聾人)’이라고 한다.

이 두 글자를 합하여 ‘농아(聾啞)’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농아(聾兒)’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즉 ‘농아(聾兒)’는 ‘귀 먹은 아이’를 말하는 것이고, ‘농아(聾啞)’는 ‘귀가 먹고 말을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벙어리’라는 말은 “언어장애인(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요인으로 청각이나 발음기관에 탈이 생기거나, 처음부터 말을 배우지 못하여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고어에는 ‘버우다(벙어리가 되다)’, ‘버워리 아니 다외며(석보상절 19:6)’ 등으로 남아 있다.

<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여기서 ‘어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귀머거리(귀먹어리), 벙어리, 더두어리(말더듬이)’ 등이다. ‘버우다(벙어리가 되다, 법화경 2:168)’의 어근 ‘버우’와 ‘어리’가 합하여 ‘버우어리’가 되었다가 ‘벙어리’로 정착한 것이다.

‘귀머거리’도 ‘귀먹어리’에서 변형된 것이다. 필자는 가끔 학생들에게 ‘귀 먹다’의 높임말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다. 아마 독자들도 잠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바로 답이 나오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귀 잡수시다’라고 답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은 ‘귀 먹다’의 어원은 ‘귀가 막히다(막힐 색(塞))’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먹다’의 높임 표현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 ‘귀가 막히셨어요’의 표현으로 ‘귀 먹으셨어요’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농아인이라는 표현은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아인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농인이라는 단어로 변형되어 독자들을 어지럽히고 있다. 와전된 것이다.

한자교육을 시키지 않은 교육의 잘못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언론인들의 자세도 잘못되었다.

우리는 같은 말이라도 한자로 쓰면 더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늙은이와 노인(老人)’, ‘계집과 여자(女子)’, ‘벙어리와 농인’(聾人 : 사실은 아인(啞人)인데 위의 신문에 그렇게 썼기 때문에 사용한다.),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 등을 보면 한자와 한글의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한자로 된 단어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실제로 사전에도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미 우리 민족은 문화적 사대주의에 젖어 있다. 한글의 우수성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로 한글이 ‘낮잡아 이르는 말’이 아닌 시대가 되어야 진정 문화적으로 독립한 나라라고 할 것이다. 숲만 보고 산맥을 보지 못하는 우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장을 제대로 읽고 분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