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제발 분리수거 좀 하지 마세요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알기] 제발 분리수거 좀 하지 마세요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3.27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이 번 글은 강연회에서 짧은 글로 이야기한 것인데, 아직도 온 국민이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로 문자로 남긴다. 언제부터인가 쓰레기분리수거가 표준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표현은 참 좋다. 아무거나 함부로 버리지 말고 종류별로 나누어 버리자는 뜻이리라. 하지만 의미 분석에서 완전히 잘못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필자가 여러 번 글이나 강연회 등에서 이야기했지만 아직도 멀었다.

 

몇 년전에 세종시에서 공무원들 앞에서 이야기했더니 세종시는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현수막에 보면 분리수거를 생활화하자는 문구가 많다.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분리수거가 훨씬 많이 쓰이고 있다.

 

우선 ‘분리(分離)’라는 단어의 의미는 “1.서로 나누어 떨어짐, 또는 그렇게 되게 함. 2.감수분열로 부모의 상동 염색체 혹은 대립유전자가 나누어져 생식세포에 분배되는 일. 3.물질의 혼합물을 결정, 승화, 증류 따위에 의하여 어떤 성분을 함유하는 부분과 함유하지 아니하는 부분으로 나누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분리의 개념은 1번의 경우다. 생물학이나 화학을 뒤로 하고 가장 많이 알고 있는 1번의 예를 들어 보면 “1971년 방글라데시의 서파키스탄에서 분리독립, 1990년대에 보스니아 등의 유고슬라비아에서의 분리독립”과 같은 것이 있다. 둘로 나눈다는 의미가 강하다. 붙어 있는 것을 나누어 “둘로 나누다”의 뜻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므로 라벨과 병을 나눈다면 분리한다는 것도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은 분류하자고 하는 것이 맞다. 즉 종이와 깡통, 음식물쓰레기, 비닐 등을 종류별로 나누어 밖으로 내놓자는 것이니 분류라고 하는 것이 옳다.

 

‘분류(分類)’는 “1.종류에 따라 가름, ‘나눔’으로 순화할 것을 권장함, 2. 유개념의 외연에 포함된 종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종류에 따라 나누는 것이므로 분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물론 ‘나눔’으로 권장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다만 앞뒤의 문맥상 한자어와의 어울림이 어떠한가를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거(收去)’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자. 수거(收去)는 ‘거두어 감’을 말한다. 그렇다면 생활인들이 쓰레기를 ‘거두어 가는 것’이 맞는 말인가 묻고 싶다. 법률용어로도 ‘종래 일정한 장소에 있던 공작물•수목 등을 권리자가 그 장소로부터 치우는 것을 말한다.(민법 제 285, 615조) 즉 지상권•임차권 등의 권원(權原)에 의하여 공작물이나 수목을 가지고 있던 자가 그 용역권을 잃게 되면 공작물 등의 수거와 원상회복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법률적으로 원상회복의 의미가 강하다. 생활인들은 법적인 효력을 발생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을 기본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결론적으로 ‘수거’라는 말은 ‘거두어 간다’는 뜻인데, 쓰레기를 밖으로 ‘거두어 간다’는 말이 있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뭐라고 해야 옳은 말일까? 배출(排出)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가스배출한다고 할 때 쓰는 그 배출을 말한다. 즉 ‘안에서 밖으로 내보냄’을 뜻하는 단어다. ‘배출구’라고 하면 ‘안에서 밖으로 내보내는 구멍’이다. 물론 ‘어려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배출이라는 용어는 단순하게 ‘안에서 밖으로 내보낸다’는 의미다. 쓰레기는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내 보내는 것이니 당연히 배출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쓰레기 분리수거’가 옳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뭐라고 해야 바른 말일까? ‘쓰레기 분류배출’이라고 해야 한다. 수거는 시청이나 수거업체에서 ‘가지고 가는 것’을 말한다. 왜 우리는 옳지 않은 말인 줄 알면서도 아무 비판도 없이 그냥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대를 지나면 후손들이 ‘수거’와 ‘배출’의 의미를 혼동(混同:구별하지 못하고 뒤섞어서 생각함)할까 두렵다.

 

좋은 언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귀를 뀌고 “나 방귀를 수거했다.”하면 우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