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과 한글화된 한자어
곤두박질과 한글화된 한자어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20.06.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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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6월 6일 현충일이 막 지났다.

사람들은 현충일이 무슨 날인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조기(弔旗)를 단 집도 별로 없다.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다가 이런 현실에 이르렀을까 답답하기만 하다. 한자어 교육이 잘못된 까닭이 첫 번째요, 역사교육이 바르지 못함이 두 번째다. 북에서 남쪽으로 침범한 것이 남침(南侵)이다. 학생들 중에는 북에서 침략한 것이니까 북침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남쪽에서 북쪽을 침범하였으면 그리 쉽게 부산까지 쫓겨갈 수가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알 일인데, 남침을 미화하는 학자까지 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문(한자)공부하자는 의미에서 우리말 중에 한자에서 유래한 것을 찾아보기로 한다. 흔히 우리말인 줄 알고 있었는데, 한자인 것이 의외로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것이 곤두박질이다. 곤두박질은 원래 ‘근두박질’이었는데 바뀐 것이다. 발뒤꿈치 跟字를 쓴다. '跟頭撲跌'이란 ‘발뒤꿈치와 머리가 뒤집히고, 엎어지고 넘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곤두박질로 바뀌고, 순우리말인 것처럼 되었다.(김언종, <한자의 뿌리>) 이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몸이 뒤집혀 갑자기 거꾸로 내리박히는 일, 혹은 좋지 못한 상태로 급히 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타나 있다. 한자어 그대로 하면 ‘머리와 발뒤꿈치가 바뀌고 엎어지고 넘어지는 것’인데 우리말로 되면서 동사로 ‘곤두박질치다’, ‘곤두박질하다’와 같은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예문을 몇 개 본다면 “며칠째 주가가 곤두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비탈이 급해서 자칫하면 곤두박질을 하기 십상이니 조심하여라.”, “그는 얼음판에서 뒤넘어 가 곤두박질을 쳤다.”, “경기가 곤두박질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이상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용함)와 같다. 결국은 갑자기 좋지 않은 상태로 떨어지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말에는 한자에서 유래한 말이 참으로 많다. 얼핏 보기에는 우리말인 것 같으나 한자어에서 유래한 것이 자못 많으니 그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예를 들면 배추는 백채(白菜 : 흰 야채?)에서 유래했고, 김치는 그 유래가 조금 길다. 김치는 ‘沈菜(침채)’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했다. 침채(沈菜)는 절여서 담근 야채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딤채’를 거쳐 ‘김치’로 정착한 것이다. 고추는 매워서 고통스럽다는 의미에서 괴로울 苦자에 후추 椒자를 썼던 것이 고추로 변한 것이고, 가게(假家가가>가게 : 대충 지어서 상품을 팔던 곳, 과거의 소설 속에는 엇가가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가게라는 말의 시작이다), 서랍(舌盒 설합>서랍 : 혀를 뾰족 내민 것 같은 모양), 성냥(석류황石硫黃>성냥), 숭늉(熟冷 숙냉>숙냉>숭늉) 끓여서 식힌 것), 싱싱하다(新新하다), 시시하다(細細하다)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밖에도 ‘아양’이라는 말도 있다. 흔히 ‘아양떤다’고 표현할 때가 더 많다. “귀염을 받으려고 알랑거리는 말, 또는 그런 짓”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젊은 여식이 실제로는 별로 귀엽지 않은데 귀여운 척하거나 남에게 귀염을 받기 위하여 애교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 말은 원래 ‘액엄(額掩)’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했다. 액엄은 “겨울에 부녀자들이 나들이할 때 춥지 않도록 하기 위해 머리에 쓰는 쓰개, 혹은 그 앞에 달린 장식”을 말한다. 이것이 변하여 ‘아얌’으로 되었다가 ‘아양’으로 바뀐 것이다. 귀여운 척하려고 재롱을 부리면 액엄이 떨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액엄 떨다> 아얌 떨다>아양 떨다’로 변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실제로 “액엄을 떤다.”고 하면 말의 재미도 없을뿐더러 알아듣지도 못한다. 이미 한글화되었기 때문에 “아양을 떨다.”고 해야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귀여운 행동이나 말로 시선을 끄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말인 것 같지만 그 어원이 한자에 있는 것이 많으니 한자를 함께 공부하면 우리말의 어휘를 쉽게 알 수 있다. 장난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작란(作亂)에서 나왔다는 것은 알기 어렵다. 어지럽게 하는 것이 장난치는 것이다.

우리말은 한자어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