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인생 2막 ⑨ 《아이 캔 스피크》
영화로 만나는 인생 2막 ⑨ 《아이 캔 스피크》
  • 성낙원
  • 승인 2026.10.08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말하지 못했던 삶에도 존중받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기억,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묻어두었다고 생각했던 일, 꺼내는 순간 다시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침묵했던 이야기들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바로 그 침묵 속에 살아온 한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주인공 나옥분은 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씩씩하고 적극적인 할머니다. 동네의 불편한 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청에도 수없이 민원을 제기한다.

 

겉으로 보면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모습 뒤에는 오랫동안 가슴속 깊이 간직해온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겪었던 고통을 오랜 시간 말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그 기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배움에는 훨씬 깊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옥분에게 영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 위한 용기이자,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아이 캔 스피크》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니어 세대의 삶에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많다.

 

전쟁과 가난을 겪었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었으며, 힘든 일을 겪어도 “사는 게 다 그렇지” 하며 견뎌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아프다고 말하기보다 참는 것이 익숙했고, 힘들다고 말하기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와 어르신들의 삶을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분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어요?”

 

“젊었을 때 어떤 꿈을 꾸셨어요?”

 

“살면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나요?”

 

이런 질문 한마디가 한 사람의 오랜 시간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말하는 용기만큼 **들어주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줄 때 비로소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해결책을 주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그랬군요”, “많이 힘드셨겠어요”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시대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귀 기울이는 것은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 기억을 전하는 일이다.

 

시니어의 이야기는 개인의 추억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의 기억 속에는 가족의 역사가 있고, 지역의 역사가 있으며,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어르신 한 분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과도 같다.

 

평생 농사를 지은 사람에게는 땅의 이야기가 있고, 시장에서 장사한 사람에게는 삶의 지혜가 있으며, 자녀를 키우고 가족을 지킨 사람에게는 수많은 사랑과 인내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기록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말할 가치가 있다.

 

혹시 마음속에 오래 담아둔 이야기가 있다면 이제는 조금씩 꺼내도 좋다.

 

글로 적어도 좋고, 가족에게 들려주어도 좋다.

 

사진첩을 펼쳐놓고 손주에게 젊은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할아버지도 한때는 이런 꿈이 있었단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

 

그 한마디가 세대와 세대를 이어준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우리의 목소리가 작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살아왔기에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실패에서 배운 것, 사람을 이해하는 법, 어려움을 견뎌낸 경험은 젊은 세대가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지혜다.

 

《아이 캔 스피크》의 제목처럼 우리도 마음속으로 말해보면 좋겠다.

 

“나도 말할 수 있다.”

 

나의 삶은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 역시 존중하며 들어줄 가치가 있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서로의 기억을 존중하는 가족, 세대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될 때 우리의 삶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말하지 못했던 삶에도 존중받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생기는 순간, 한 사람의 삶은 더 이상 침묵 속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경청을 만나 하나의 기억이 되고, 하나의 역사가 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소중한 메시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