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세 200만원 사비로 감당하며 고군분투… “고맙다는 한마디에 배불러”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한 끼지만, 이들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생명줄입니다. 도시락을 받아 들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울컥해 도저히 이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20분, 대전 동구 중동에 위치한 용봉월드재단 사무실 앞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선다.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나누는 시간이다. 밥과 국, 세 가지 반찬이 정성스레 담긴 도시락 200여 개가 위생 봉투에 포장돼 번호표를 쥔 이들의 손에 쥐어진다. 도시락 준비가 여의치 않은 날에는 자장면이나 잔치국수로 따뜻한 온기를 대신한 지도 벌써 13년째다.
이 나눔의 중심에는 직업군인(육군 상사)으로 전역한 뒤 앞치마를 두른 이한근(75) 용봉월드재단 대표가 있다. 본래 이 무료급식 봉사는 대전 동구 삼성동 인근에서 원명 스님(현 화성 보명사 회주·전국무료급식복지재단 중앙이사장)이 행정기관 등록 없이 조용히 시작한 일이었다. 초기부터 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였던 이 대표는 2013년 원명 스님이 자리를 옮기자, 재단을 공식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아 나눔의 명맥을 지키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 없이 오로지 자원봉사자와 독지가들의 '십시일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매달 5000원에서 1만 원씩 보태는 30여 명의 소액 후원자들, 야채와 과일을 지원하는 박근훈 대전척수협회 S회장과 구자선 무량자비여시인연 사무국장 등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역사회의 연대도 빛난다. 국제로타리3680지구 대전중원로타리클럽은 10년째 격주로 백미 80kg과 도시락 용기 등을 후원하며 일손을 돕고 있다. 취재가 진행된 날에도 조유라 단장이 이끄는 우송대학교 우송글로벌리더봉사단 학생 15명이 찾아와 구슬땀을 흘렸다. 매주 재단 회원과 학생 등 30여 명의 봉사자가 조를 짜서 배식에 참여하고 있다.
젊은 시절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전역 후 중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무역업을 했던 이 대표는 사업을 정리한 뒤 남은 생을 소외된 이웃에게 바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은 높다. 매월 200여 만 원에 달하는 월세와 공공운영비는 이 대표의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는 쌀 후원마저 눈에 띄게 줄어 직접 쌀을 구매해야 하는 형편이 됐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미소를 잃지 않는 이유는 곁을 지키는 아내 이춘옥(65) 씨 덕분이다. 이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가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며 "아내와 함께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어 그저 기쁘고 뿌듯하다"고 공을 돌렸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경제적 한계 속에서도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75세 노병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주머니 사정은 팍팍해졌지만, 나누는 기쁨 덕분에 제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부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