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는 유모가 타나?
유모차는 유모가 타나?
  • 도움뉴스 기자
  • 승인 2019.04.0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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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사장 차는 사장이 타고 서장 차는 서장이 탄다. 그렇다고 유모차는 유모가 타는 차인가? 가끔 우리말을 읽다보면 필자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때가 있다. 우선 ‘유모차’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영어로는 흔히 ‘baby carriage’라고 한다. ‘어린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수레’라고나 할까? 유모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남의 아이에게 그 어머니 대신 젖을 먹여 주는 여자”라고 나타나 있다. ‘젖어미’라고도 한다.


‘그 어머니 대신 젖을 먹여주는 여자’가 타는 차가 유모차는 아니고, 그렇다고 유모가 운전하는 차는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유모나 운전해야 하는 차인가? 아기의 아빠가 운전하면 안 되는 차일까? 남녀 차별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닐 터인데 알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차’의 개념이 애매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흔히 차(車)라고 하면 동력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마차, 전차, 자동차 등은 인력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아니다. 인력으로 움직이는 것은 거(車수레 거)라고 읽는다. 인력거, 자전거 등이 그 예다.

유모차는 동력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밀거나 끌어서 가는 수레인데 ‘차’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이런저런 예를 종합해서 본다면 유모차라는 말은 잘못되었다. 정확하게 한자어로 표현한다면 유아거(幼兒車) 혹은 유아용 수레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늘 이야기하듯이 서울 사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유모차라고 하니 그것으로 사전에 등재된 것이다. 이럴 때 가슴이 답답하다. 흔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번 칼럼을 통해 이야기 해 온 것이 있다. 바로 ‘분리수거’라는 말이다. 아직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 번 더 확인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분리’는 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로 나뉘어 떨어짐 또는 그렇게 되게 함’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종이, 깡통, 플라스틱으로 나누는 것은 ‘분리’가 아니고 ‘분류’라고 해야 한다. 물론 라벨과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종류별로 나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하기 때문에 분리보다는 분류가 맞다. 또한 ‘수거(收去)’는 ‘거두어 감’이라는 뜻이다.

내가 밖으로 내놓는 것인데 수거라고 표현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배출’이라고 해야 한다. 수거는 관공서에서 ‘가지고 가는 것’이고 우리는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분리수거라 하지 말고 ‘분류배출’을 생활화해야 한다. 분류배출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아직도 분리수거라 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해야 옳은가? 이 모든 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거나 일반화하고자 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더 생각해서 발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또 한 번 생각하고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유치원 아이들이 개구리를 뱀이라고 우기고 있을 때 선생님이 와서 “그것은 뱀이 아니고 개구리란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평정된다. 민주주의라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갈 때 서족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다수결로 나왔다고 서족으로 갈 수 있나? 다수결로 서쪽으로 가자고 결론이 나왔어도 지리전문가가 나와서 강릉은 동쪽에 있으니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한국말을 잘 한다. 그렇다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미국에 가면 거지들도 영어로 말한다. 말만 잘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바른 말, 고운 말, 옳은 말을 해야 한다. 모두가 틀렸으면 바로 쓸 수 있게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관공서나 각종 기관에는 한국어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모두가 잘못된 것을 옳다고 할 때 누군가는 아니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한국어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한자어를 버리고 순한글만 쓰자고 할 때 누군가는 한자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 우리말 명사의 대부분이 한자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한자어 학습이 필수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닭장에는 닭이 살고 토끼장에는 토끼가 사는데 왜 모기장에는 사람이 살까?설사약은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인가, 설사하게 하는 약인가? 우리말은 참 재미있다.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
사진 최태호 중부대학교 교수